여기서 부터 느꼈다.

아! 통깡은 여까를 이길 수 없구나!

통깡은 이미 졌구나!

오히려, 솔직히 방장이 많이 봐준거라고 보면 된다.

승부는 이미 2번째 수에서 이미 끝났으니까.

일단 방장이 둔 수를 체스사이트에서 구현하면서 설명해보겠다.

e4-e5-Nf3

십사기 백이 전개만으로 0.3점을 벌어가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오프닝이다.

나이트가 전개됨과 동시에 e5의 흑의 폰을 공격하게 되고, 흑은 즉시 e5의 폰을 수비하지 않으면 폰을 나이트한테 뜯긴다.

추천하는 수로는 폰 d3, 나이트 c6가 이고, 방장이 그 다음 수로 바로 Bc4를 올린 것으로 보아 계획은 이탈리안 게임이었던걸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통깡은 실수를 하고 마는데...

폰을 f6에 올려버렸다.

벌써 전개만으로 백이 1.4점 앞서간다고 평가되어있는게 보이는가?

언뜻보면 잘 수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안좋은 오프닝이다.

f폰은 다른 폰들과는 다르게, 킹과 나이트를 수비하는 비중이 큰 폰인지라, 초반에 수비용으로 써먹겠다고 밀게되면 두 기물의 안전이 취약해진다.

특히, 킹의 안전이 취약해진다는게 치명적이다.

그냥 전개를 해도 유리하지만, 이 취약점을 끔찍할정도로 파고드는 전술이 있는데.

백이 전개한 나이트로 e폰을 그냥 먹어버리는 수가 있다.

'어? 그러면 결국 나이트-폰 기물 교환이라 손해 아닌가요?'

아까 말했듯이, f폰은 엄청나게 중요한 폰이다.

저걸로 나이트를 잡아버리면, f폰은 이제 e폰이 된다.

이제 흑한테는 f폰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

이 상황에서 백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수가 있는데.

Qh5로 킹한테 체크를 박아버리면 된다.

평소같았으면, f폰한테 짤막당할 평범한 공격이 그 부재로 인해 치명적인 공격이 된다.

흑이 할 수 있는 수는 얼마 안된다.

g6나...

 Ke6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둘다 악수라는 점이다.

먼저 g6의 경우를 보자.

퀸이 e5에 오면서 보호받지 못하는 e폰을 잡고, 룩과 킹을 동시에 공격한다.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하는데, 킹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 룩은 무조건 잡힌다.

나이트 하나를 먹은 대가로 2개의 폰, 룩까지 잃어버린 셈이다.

여기까지 오면 보통 게임이 터진다.

그럼 Ke7의 경우는 어떨까?

뭐 어쩌긴 어째... 똑같이 폰뜯기면서 체크 당한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g폰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룩이 보호 받는다.

킹이 f7으로 빠지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 지 않는다.

백은 Bc4로 다시 킹에게 체크를 걸기 때문.

비숍과 퀸의 협공으로 킹에게는 이제 선택지가 g6밖에 없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다.

폰을 d5로 밀어서 비숍의 앞을 막는다면, 폰은 잡히겠지만 시간을 벌 수 있고.

무엇보다 가로막혀있던, 흑 비숍의 진로가 열려서 이제부터 일어날 참극을 방지할 수 있다.

허나 폰을 내주는 선택지이기도 하고, 솔직히 공짜로 폰 3개 뜯기고 킹 캐슬링까지 무너지면 이미 진게임이다.

대부분은 Kg6를 택한다.

그리고 Kg6를 하면...

짜잔~ 11수 강제 체크메이트가 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무조건' 강제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고 gif파일로 보여주겠다.

이렇게 끝난다.

그럼, 방장이 나이트로 폰을 안잡고 이탈리안 게임으로 들어갔으니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니냐고?

평범하게 이탈리안 게임으로 진행해도 여전히 통깡은 불리하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데, 방장이 이 수를 못 본게 아니라 일부러 모른 척을 한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 불리해지는 이 기적같은 오프닝은 '다미아노 디펜스'라고 이름이 생길정도로 유명한데, 이탈리안 게임 유저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있는 함정 오프닝이다.

방장이 익숙하게 이탈리안 게임을 전개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통깡이를 위해서 놀아준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방장은 통깡이 다미아노 디펜스를 박아버리자, 제일 먼저 나이트를 집어서 폰을 잡으려고 하다가 취소하고 이탈리안 게임을 이행했다.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한테 11수 강제 체크메이트를 박으면, 아무래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