믈?라 모듈 스토리

시화 2024.10.09 16:24:38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no=155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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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되었다고 그 자(祂*)는 생각했다. 비록 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마지막 아득한 빛이 그 자의 시선 속에서 꺼졌다. 그 자의 곁에는 오직 공허하고도 얕은 어둠많이 남았고, 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그 자신의 반은 허상이며 반은 실제인 몸 뿐이다. 그것은 시야의 끝까지 이어지며, 아무 목적 없이 포류하고 있다. 한때 누군가가 그 자가 순환의 종착점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는 확실히 순환의 종착점이 되었다. 만물은 사라졌고, 오직 그 자만이 남았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그 자는 자신의 몸을 주시하고 있다. 한때 그 자와 함께 여행했던 혈족들은 그 자가 무리를 이끌고 지워버린 무수한 생명들처럼 그 자의 몸 속 양분이 되었고, 과거의 떠들썩했던 수많은 비전들은 영원히 조용해졌다. 그 모든 대가는 지금 그 자의 생명으로 바뀌었지만, 지금 그 자는 이 생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과거, 한 가지 사명이 그 자가 무수한 생명들과 그들이 살던 수많은 천체들을 삼키고, 우주에 한때 존재했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생명의 형태를 바꾸게 했으며, 결국 그 자를 소멸의 저편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었던 사명은 점점 희미해져갔고, 머지않아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그 자에게 맡겨진 모든 기대는 만물이 소멸하던 순간에서 멈췄으며, 어쩌면 처음으로 그 자에게 사명을 부여한 사람조차 그 이후의 미래를 구상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자는 막연했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 자가 답을 찾을 곳은 없었다. 그 자의 바깥에는 공허 뿐이며, 그 자의 몸 속에는 여분의 영양분 뿐이다. 그래서 그 자는 자신의 사고로 몸 속 깊은 곳을 파고들어, 아무 반응 없는 양분을 뒤적이며 실마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 자의 사고가 개입하며 양분들은 충돌하고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낯선 정보의 조각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는데, 이 조각들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자는 이렇게 시간이 없는 영원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했고, 그 자의 사고는 마침내 익숙한 파편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그것은 자신에게 속한 소리였다. 금속 실의 진동과 생물의 막의 떨림이 함께 구성하는...... 그렇다. 그것은 노래다.
한때, 어느 고독한 기술자가 이렇게 노래했다. 기술자는 어느 바다를 헤엄쳐도 혼자였고, 복잡하게 얽힌 광케이블을 외로이 끌고 다녔다. 기술자는 실력 있게 광케이블을 움직였고, 퍼져나가는 빛 속에서 반응 없는 린수들에게 노래했다.
하때, 어느 고독한 방랑 가수도 이렇게 노래했다. 방랑 가수는 어느 땅을 걸어도 혼자였고, 외로이 추억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방랑 가수는 그 추억을 노래로 엮어, 허름한 술집에서 반응 없는 영혼들에게 노래했다.
지금 이 순간 그 자 또한 혼자다. 그 자는 자신이 삼킨 만물을 외로이 끌고 다니며, 죽어가는 우주에서 시간의 끝까지 표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자신 역시 몸 속의 반응 없는 양분들에게 노래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스카디였다면, 그녀는 분명 노래했을 것이다. 그런 복잡한 문제를 명확히 생각하기 전에 노랫소리가 먼저 흘러나올 것이다. 노래는 곧 그녀의 말이고, 그녀의 상상이며, 그녀의 창조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카디는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 속에서 스카디가 피어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생명보다더 더욱 격렬하게 피어났다. 스카디는 어렴풋이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그녀의 몸 속 반응 없는 양분들은 새로운 존재로, 새로운 생명으로, 새로운 우주로 탄생할 것이다.
그녀의 몸이 격렬히 팽창했고, 그녀의 의식이 급격히 흩어졌다. 그녀는 가슴에 희망을 품고, 자신이 지켜볼 수 없는 새로운 우주를 상상했다.
 
 
* 祂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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