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줄 요악 밑에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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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왜인지 모르게 감정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날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그렇고 지난달에도 그랬죠.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원망일까, 부족한 실력에 대한 한탄일까.
일개의 프로그래머이며 대학생인 저는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사이버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끝내고, 게임을 하고, 방송을 보고.
모든 일정이 끝나면 12시에서 1시 자고 일어나면 5시
똑같은 삶의 반복, 어두운 방에서 밝은 모니터라는 희미한 빛 하나에 의지하며 몇달을 버텼습니다.
어제의 우울감은 평소보다도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일요일이라는 행복할 날에 가장 불행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밖을 나갔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해가 보고싶었고 모니터가 아닌 다른 곳에 눈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건너편에 보이는 가지밭에는 어느새 보라빛 가지꽃이 피어있었고,
하늘에는 수십마리의 잠자리를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길을 걸어 대학 캠퍼스라도 한바퀴 돌자는 식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깨끗한 물길 위에 개구리 한마리
날아다니는 나비와 학교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라벤더 꽃
사마귀를 사냥하는 까치
세상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생각보다도 더
그렇게 1시간 동안 밖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눈에 익혔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자취방에 들어서고 제가 처음으로 봐야 했던건
길게 늘어진 문자열
빨간줄로 그어진 에러 문장
친구와 하기로 한 프로젝트 깃허브
몇달을 빠르게 달려와서 그런가. 프로젝트의 첫번째 목표를 달성해서 그런가
어떠한 의욕도, 어떠한 힘도 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짧은 시간안에는 다시 한번 과제들이 저를 덮쳐오고 있고,
프로젝트 기간에는 추석까지 꺼있는 상황이기에
제가 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무기력합니다.
열심히 하던 게임도, 취미로 하던 그림조차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럴땐 시간이 없더라도 쉬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간단하게 남아 뭐라도 잡으면서 지내는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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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럼프 왔슴다.
* 그런데 과제랑 프로젝트를 해야합니다.
* 슬럼프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