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게임은 텍스트만 잘 읽으면 된다. 그렇기에 텍스트를 잘 써야 한다.

아이콘 여까+x18별_로아 2024.08.28 22:17:38 출처: https://youtu.be/1Fj2dlz8aiA?si=12JeFiYagBtBspvQ

매직: 더 개더링 썰풀이 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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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의 바퀴 {2}{R}
집중마법

당신은 {E}{E}{E} (에너지 카운터 세 개)를 얻은 후, {E}를 X개 지불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손을 추방하고 카드 X장을 뽑을 수 있다. X가 7 이상이라면, 당신은 당신의 다음 턴 턴종료까지 이렇게 추방된 당신이 소유한 카드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에너지 카운터"라는, 마나와는 별개의 자원을 활용하는 기믹에서 쓰라고 만들어 준 카드입니다. 에너지 카운터는 한정적인 카드풀이긴 하지만 다양한 카드의 효과로 얻을 수 있고, 턴이 넘어가도 남아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축적하다가 필요할 때 쓰는 컨셉입니다.

 

이 카드는 매직 최고참 카드들 중 한 장인 Wheel of Fortune (2R 집중마법,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패를 전부 버리고 카드 7장을 뽑는다.) 의 패러디격 카드로, 에너지 카운터를 원하는 수만큼 지불하고 그만큼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카운터가 한 개도 없을 때를 대비해서 에너지 카운터 3개를 기본지급해 주며, 동시에 에너지를 7개 이상 지불하면 이 카드를 발동하면서 패에서 추방한 카드들을 내 다음 턴까지 패에 있는 것처럼 쓸 수 있게 하는 보너스도 갖고 있죠. 대신 상대가 자신의 패를 교체할지 말지 선택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의도는 이러했습니다.

 

문제는, 이 카드의 텍스트를 다른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X는 플레이어가 임의로 선언하는 (0 이상의) 정수이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큰 숫자 또한 부를 수 있었다.

 

두 번째, X개 지불"할 수 있다." (원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매더개에서 이 문구는 "해도 좋다." 정도의 의미로 쓰입니다.) 즉, 선언한 만큼의 에너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다.

 

세 번째, 에너지를 지불했는지 확인하는 조건문("그렇게 한다면, ~한다."라는 식으로 지불했는지 확인받는 문구)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X를 선언했을 때, 보통 그 플레이어가 X가 포함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아예 하려던 행동을 막아버리기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확인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1. X를 마음껏 큰 수로 부른다. (덱사당하지 않는 선 내에서)

2. X개의 에너지를 "지불하지 않는다"를 선택한다.

3. 내가 에너지를 지불하지 않았어도 효과 적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내가 선언한 X 값 또한 보존된다.

4. 단 3마나로, 아무런 콤보 없이 카드 한 장으로, 패를 전부 추방한 다음 원하는 만큼 카드를 뽑는다.

 

좀 억지로 끼워맞춘 감이 있긴 하지만, 카드 텍스트만으로는 충분히 이렇게 해석할만한 여지가 있었습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저지였는데, 제기한 사람 또한 "내가 심판 보는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 '카드의 원래 의도를 따르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결국 카드 게임의 시작과 끝은 텍스트이기에 이러한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져 에라타하기로 했습니다.

 

에라타 후 텍스트는 이렇습니다.

당신은 {E}{E}{E} (에너지 카운터 세 개)를 얻은 후, {E}를 원하는 만큼 지불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손을 추방하고 이렇게 지불된 {E}의 수만큼 카드를 뽑을 수 있다. 이렇게 지불된 {E}가 7개 이상일 경우, 당신은 당신의 다음 턴 턴종료까지 이렇게 추방된 당신이 소유한 카드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사실 말장난으로 여겨지는 카드의 여러 가지 효과들도 결국 텍스트를 잘 끊어 읽으며, 카드 게임에서 제공하는 규칙에 맞춰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규칙 자체가 꼬인 경우를 빼면)

카드 게임의 효과들이 말장난으로 여겨지는 것들도 결국 그런 텍스트의 차이로밖에 효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카드 게임을 하는 우리들은 언제나 카드를 잘 읽는 습관을 기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