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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게더 백업] 팬비닛 칼럼 - 2022년 한국 콘텐츠 업계에 관해.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매일매일 일 터지는 거 보면 참 싱숭생숭해서 글을 한 번 적어봅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콘텐츠를 좋아하고 향유하고 전공도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정해서 '기획'에 가까운 일들을 많이 접하곤 하는 걸 밝힙니다. 한때는 애니메이션 회사 쫓아다니면서 제작 비화나 여러가지 썰을 들어 어딘가에 올리곤 했죠. 성우 관련 일도 좀 많이 듣고 다니고, 한일 음악 행사 관련에도 참가해서 관계자분들과 술도 마시고. 지금은 전부 지웠지만.

 

 2021~22년 사이 터진 일들을 돌아보면 정말 많습니다. 트럭이 폭풍을 몰고 오고, 마차가 판교를 달리고, 망 사용료로 멀쩡하던 해상도가 반토막이 나고, 팬덤끼리 싸우면서 재심의 검열빔을 서로 쏴대는 둥...세기말은 분명 20년 전이었을텐데, 왜 콘텐츠 업계는 지금 와서 세기말처럼 불타기 시작한 걸까요. 참 격동의 시기입니다.

 

 이런 격동의 원인이 뭘까? 라고 생각한다면, '콘텐츠 업계와 통신업계는 양복쟁이들이 자신들이 뭘 파는지 모른다'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콘텐츠와 붙어있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기에 더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김용하 아저씨 트위터만 살펴봐도 알 수 있죠. 사용자들의 만족을 위해 자기 자신이 청계천으로 나가는...) 하지만 제가 봐왔던 콘텐츠를 '파는' 세일즈맨들은, 제대로 자신들이 파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조차 안하고 그냥 가져다가 파는, 그런 행보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소설 사이트가 있습니다. 뭐, 이 이야기는 픽션일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어요. 우리 무슨 사업한다! 하면서 죄다 손 뻗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꽤 공격적인 확장도 중요하겠죠. 문제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모 커뮤니티 하나 눈치 보면서 해가는 사실이었습니다. 좀 많이. 그래서 정작 시도하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은 계시는데, 성과가 분명 리미터 하나 풀면 날 게 뻔한데, 거기 눈치 보느라 리밋 걸린 경우도 봤습니다.

 

 당장 FGO 시위 때도 운영진이 도게자를 박으면서 사과한 게 '정말 몰라서' 제대로 일을 못했으며, 이후 개선을 약속했기에 그나마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이것도 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뭘 파는지 모른다고? 싶어서 참 골 때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터진 건...블루아카였죠. 억지로 관계 없는 버튜버를 세계관 사이에 끼워서 팔려고 했으니 민심이 나락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해당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이 사업을 무리하게 시도한 결과겠죠. 결국 실무자(김용하 디렉터)가 어떻게든 스탑시켜서 일이 엎어져서 다행인 사례였구요.

 이후 우마무스메는 더 가관이었죠. 우리 겜안이에요! 하면서 직원 하나 방패막이로 데려다 세우고 암튼 돈 벌어야 해 벅벅하면서, '개인의 선택'이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하면서 소비자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런 지옥문을 열어버렸습니다. 결국 과거부터 일련의 사건들을 당해왔던 감정이 쌓이고 쌓여 유저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들이박기 시작한 거고, 그 결과가 지금 와서 터지는 거 같습니다.

 

 망 사용료는 정말로 CP(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독과도 같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인프라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든 돈을 쥐여짜려고 하는 이통사의 정책에는 에휴...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놓고 트위치한테 왜 720 하냐고 물을 땐 어이가 없더라고요. 누가 이러면 한국에 진출합니까. 그냥 방 빼고 말지. 리스크 대비 리턴이 엄청 떨어지는데, 오겠냐고요. 다른 나라 진출 할 때는 좋게 보이겠습니까. 어? 얘네 거기 아냐? 입구 컷 한 나라? 우리가 받아줘야 함? 굳이? 하면서 컷당한다고요. 빅 테크 기업이야 살아남겠죠. 근데 작은 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요. 결국 우리는 콘텐츠를 파는 나라인데, 이런 내일 팔아 오늘 먹는 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덤끼리 서로 죽창 날리기...이건 엄청 오래된 어떤 커뮤니티의 암투에 가까웠죠.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팬덤끼리 싸우는 건 흔한 일이었어요. 2차 창작으로 자그들끼리 놀고 먹는 사람들이기에 동인에서 활동하는 사람 하나 더 중요하긴 했는데, 그 한 사람 데려오겠다고 불태우고 그러는 거 보면 참...결국 존중의 문제였고, 점점 파이가 커 가는 와중에도 그런 칼싸움이 심해서 그냥 아예 생각에서 배제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결국 이렇게 전술핵을 누를 줄은 몰랐네요.

 결국 콘텐츠를 수용하는 사람들 역시 생각해야하는 건, 각 콘텐츠마다 각자 수요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거고, 그에 대한 존중 역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뭐 무조건적인 존중이 아닌. 각자의 영역에 대한 존중이에요. 만일 다른 이가 침범한다면 그거에 대해서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요.

 

 지금 터지는 것들은 콘텐츠 업계가 좀 더 성숙하게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고 '세대교체'의 시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일 좋은 건, 경직되지 않고 사회가 좀 더 유연하게 함께 움직이는 거지만 한국 사회 특성상 유연하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니. 결국 이런 형태로 터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임시봉편으로 막아두었던 것들이, 콘텐츠업계에서 계속 이렇게 폭탄이 엄청 터질 겁니다. 당시에 미리 정해두고 대비하면 좋았을 테지만 결국 우리는 대비하지도 정해두지도 못했습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계속 터질 거 같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던 간에,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우리가 계속 나아가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이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인 프로컨슈머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다보니 그냥 쓴 구렁성이 된 거 같네요.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제 개인의 의견이니 비판이나 극딜도 들어올 수도 있겠죠. 그런 의견 역시 환영합니다.

 

 

==========이하는 백업 이후 작성자가 다시금 작성하는 코멘터리=================

 

이건 어케 23년도 똑같은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갈 길이 먼가 싶기도 합니다.

댓글'4'
아이콘 여까+x1 soldoros.
  • 2024.06.24

달라진게 없는거보면 씁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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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s
  • 2024.06.24
  • 수정: 2024.06.24 18:26:26

팬덤끼리의 죽창 날리기는

이제 같은 팬덤끼리도 날리는게...

 

원래 그랬나

이 댓글을

아이콘 여까+x3 Nislan
  • 2024.06.25
캐릭터로 나뉘어서 갈드컵 열리고 음해 밈 생기기도 하고 하는데
가끔씩 농담 수준을 넘어
"얘가 이런걸 받는게 수준 떨어진다" 같은 웃어넘기지 못할 말 날리고서
발언 당사자는 뒤로 빠지고 서로 싸우는거 지켜보는,
싸움 붙이는거에 안달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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