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비닛 - 테트리스좌 신규 시나리오 '반투명의 달' 관련 잡담

지난 8월 8일, 테트리스좌의 신규 시나리오인 '반투명의 달(원제: 半透明の月)'이 공개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 풀어볼까 합니다. 당연하지만, 이번 신규 시나리오인 '반투명의 달'과 여까님이 과거에 진행하셨던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태풍의 눈', '바람의 마타사부로', 'DAY3'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록 당장 바로 전 작품인 'DAY3'가 테트리스좌의 처녀작을 리메이크한만큼 '태풍의 눈'이나 '바람의 마타사부로'와 같은 작품보다는 설정에 구멍도 많이 느껴지고, 시나리오가 주는 재미도 적었던 편이었기에 기대는 덜했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있는 완성도를 가진 작가님이었기에 고민 없이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2200엔… booth 돌아다니면서 느낀거지만, 테트리스좌는 가격을 너무 세게 잡는 것 같습니다. 코미케에 출품한 종이책 버전이랑 300엔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pdf판… 도대체 뭘 만든걸까요.

아무튼, 표지는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반투명의 달_메인 표지.png

반투명의 달_메인 표지_한국어.jpg

(위: 원본, 아래: 작성자가 직접 식질함)

역시나 테트리스좌 아니랄까봐 메인 표지에 여자애부터 박아놓았더군요. 그리고 원본 오른쪽에 있는 문구는 시나리오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뭐, 메인 히로인을 표지에 쓰는 것은 테트리스좌의 유구한 전통이었으니 넘어가더라도, 소녀의 주위에 있는 풍령이 시원해 보입니다. 시나리오 공개 전 테트리스좌가 직접 말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여름 휴가'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보면 뭔가 어울리는 상황이네요.

그렇게 시나리오 구매 후 번역을 하던 도중,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본 시나리오는 히로인을 주축으로 전개되는 비주얼 노벨의 이미지를 콘셉트로 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원문: 今作はヒロインを主軸にして展開されるビジュアルノベルのイメージをコンセプトに据えて制作されている。)

…?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어… 그러니까 저기에 있는 여성과 연애? 비슷한 것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요? 오… 이거 완전…

잠깐,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테트리스좌의 역대 메인 히로인을 한번 보시죠.

(태풍의 눈 메인 히로인 로슈, 육체 나이 15세)

(바람의 마타사부로 메인 히로인 미츠하, 중등부 2학년, 13세)

(DAY3 메인 히로인 오카다, 24세)

오카다는 결국 시나리오 내에서 큰 비중을 갖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나리오 내에서 큰 비중을 가지는 메인 히로인은 미성년자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즉, 이번 작품의 메인 히로인 역시 시나리오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므로 미성년자…!

다시 생각해보면, 반투명의 달의 메인 히로인의 경우 로슈, 미츠하와 비슷한 체형이었으면 비슷했지 오카다처럼 성인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즉, 테트리스좌는 우리에게 미성년 메인 히로인과 연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대수일까요? 탐사자를 미성년자로 만들면 괜찮은거 아닐까요? 하멜른 때처럼 아예 초등학생을 만들 수도…

본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탐사자는 도입이나 기믹, 컨셉의 편의상 대학생이 바람직하나…

(원문: 本シナリオに参加する探索者は導入やギミックやコンセプトの都合上、大学生が望ましいが)

…??

잠깐, 그러니까 테트리스좌는 이 시나리오를 쓸 때 대학생 탐사자를 염두에 두고 썼으면서 미성년자와 연애를 할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는 얘기…!

어지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태풍의 눈이나 바람의 마타사부로 영상화 작업에 여캐들 샤워씬이나, 미츠하의 스쿨미즈 컷씬을 넣은 것으로 테트리스좌가 이러재러 변태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생각해보면 로슈도 카시다랑 연애 비스무리한 요소 있지 않았나. 카시다도 로슈 좋아해서 구하려고 했던거 아닌가…

어쩌면 이 세계관에서는 평범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왜 미연시 요소를 집어넣은건지 아직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테트리스좌의 시나리오에는 항상 특이한 기믹이 들어 있었죠. 태풍의 눈에 나오는 언제 나올 수 없는 태풍, 로슈의 폭주나 바람의 마타사부로의 교육 상한선, 초고교급 탐사자 제작, 그리고 수업, 지하미궁… DAY3의 경우에는 기억이 사라진 3일간 만난 NPC로부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다이스 등등. 이번에도 특이한 기믹이 하나 있었습니다.

본 시나리오에서는 특별한 스테이터스가 탐사자에게 부여되어 있으며, 이를 청춘점이라고 칭합니다.

(원문: 本シナリオでは特別なステータスが探索者に付与されており、これを青春点と呼称する。)

'청춘점'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청춘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행동을 할 때마다 1점씩 증가하는 기믹입니다. 이 청춘점을 사용하여 주사위에 보너스 다이스를 1개 붙이거나, 직전의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 있는… 어라 이거 운명점이잖아.

그렇습니다. 시나리오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해주는 운명점 기믹이 존재합니다. 본래 하우스룰로만 적용했던 기믹을 이렇게 녹여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는 시나리오의 배경에 대해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이번 반투명의 달의 배경은 2035년으로, 바람의 마타사부로(2022년), DAY3(2023년), 태풍의 눈(2032년)보다 늦은 날짜입니다.

마타사부로부터는 13년이나 지났으니 니라툴루 학원의 편입생들은 진작에 졸업해서 이곳저곳으로 갔을테고, 태풍의 눈으로부터는 3년 뒤, 그러니까 폭풍을 부르는(진짜) 기계소녀 구출 대작전! 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얘기겠죠. 당장 GHROTH에 톤피랑 저스티스가 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태풍의 눈, 바람의 마타사부로, DAY3 등 이전에 출연했던 탐사자가 다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NPC로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어느 쪽이든 이런 식으로 연계가 된다는 것은 이스터에그를 찾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굴린 KP로서 한 마디 소감을 밝혀보자면…

여름, 청춘. 그것들과 잘 어우러지는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테트리스좌의 신규 시나리오, '반투명의 달' 관련 잡담이었습니다. 스포일러성 내용을 최대한 덜었더니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이런거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