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을 응원하며 친분을 쌓아 온 플레이어들. 모처럼 함께 직관을 하러 야구장을 찾았는데요, 플레이어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승리를 확신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요 몇 경기 동안 타선의 타격감이 극에 달했고, 마침 리그에서 1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한 1선발 에이스 투수가 출전하는 경기이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아뿔싸,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것이 스포츠랬던가요, 라인업송을 채 부르기도 전인 1회초부터 투수와 수비진이 세트로 게임을 말아먹습니다. 선발투수는 랩틸리언에게 거죽만 씌여서 내보낸건 아닐지 의심될만큼 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흔들리는 제구 속에 결국 상위타선에게 내리 볼넷을 내주고, 야수들은 데칼코마니와 야타고라스, 히드랍더볼 등등 보여줄 수 있는 행복수비를 전부 보여주며 순식간에 점수 차를 어마어마하게 벌리고 맙니다.

원정석의 응원가가 끊이질 않고, 주자들이 연거푸 베이스를 밟습니다. 포수와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몇 차례 면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공격권이 넘어온다는 야구의 룰조차 까먹었다는 듯 환장의 경기력을 선보입니다.

경기에 불을 지른 것은 선수들이었지만, 불이 붙은 팬들의 심정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마땅히 상황을 타개할 만 한 어떠한 행동도 취할 생각도 하지 않고 덕아웃에서 가만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었습니다. 결국 유니폼을 맞춰 입은 모든 홈팬들이 너나 할거없이 선수단에 대한 욕설과 비난을 쏟아냅니다. 육두문자가 날아드는 아비규환 속에서, 열이 받을대로 받은 플레이어들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목소리를 단전에서 끌어올려 일제히 필드를 향해 소리지릅니다.

"!!!!!!!그따위로야구할거면내가하고만다이개새끼들아!!!!!!!"

라고,

참다 참다 뱉어버린 말.

속시원함인지, 배덕감인지 모를 감정이 순간 스치며, 들끓던 당신의 속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눈을 뜬 순간, 시야가 바뀝니다. 마주보던 태양이 등 뒤로 옮겨지고, 방금까지 주변에서 함께 울분을 쏟아내던 사람들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저 멀리 관중석에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잠시만요, 관중석이 멀리 있다고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느샌가 손에는 글러브가 끼워져있고, 발 주변을 잔디가 뒤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도 더욱 커 보이는 전광판에 당신의 시선이 머뭅니다. 그곳에 올려져있는 익숙한 이름들이, 당신의 눈을 의심케 합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과 똑같이 글러브를 끼고 얼빠진 얼굴로 서 있는 플레이어들을 인식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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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식으로 대충 니알라토텝이 분탕쳐서 야구선수 되버린 개그 시나리오 "써 줘"

역전승 못하면 로스트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