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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붕이의 밥상 -추석편-
  • B-BLAZE
  • 2024.09.18 12:31:25
  • 조회 수: 67

그저께부터 어제까지 추석을 맞이해 밥을 먹고 왔습니다

저희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많이 뭘 하진 않아서 빨간날마다 아주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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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어느 할 일 없는 나날, 이북식 찜닭을 먹으러 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곳을 가려고 했는데 하필 거기가 쉬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집으로 직행

이 집이 많은 곳에 나왔다고 하더군요. 뭐, 기렇군요. 일단 제가 크게 만족해야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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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기본찬으로 나온 닭죽. 꽤 담백하면서 뚝심있는 닭맛이 느껴집니다. 죽을 추가하려면 2천원을 더 내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2천원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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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식 찜닭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안동찜닭과 다르게 이름 그대로 찐 닭 위에 부추를 얹었습니다

닭 자체에 간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다만 정말 찐 닭이라 이 정도면 그냥 집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맛 자체는 좋았지만, 가격에 비해 닭 크기가 많이 아담해서 경동시장 가서 산 토종닭으로 하면 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삼계탕도 집에서 하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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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지역 음식점에 가면 꼭 시키게 되는 접시만두. 그 중에서도 김치만두 계열의 접시만두였습니다

맛은 이북식 만두의 특징 그 자체였습니다. 슴슴하고, 가끔 김치의 새콤함이 스윽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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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무리 후식은 막국수죠, 여럿이 와서 쟁반막국수를 시켰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실망했습니다

국물이 흥건한거야 괜찮은데, 양념이 지나치게 달았어요. 단맛을 아예 빼고 겨자와 식초의 쨍한 맛을 더 했어야 했는데, 너무 달아서 담백한 찜닭과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아마 세월이 흐르면서 사장님 입맛이 변했거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느라 이런 맛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음식에서 단맛을 찾을거면 아예 디저트를 먹으러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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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근처의 빙수집으로 가서 팥빙수를 먹었습니다. 처음먹어보고 간만에 팥을 제대로 쑤는 집임을 간파한 뒤 약수에 갈때마다 꼭 들르는 집입니다

저 정도 빙수가 만원이고 제대로 쑨 팥추가는 3천원이니 요즘같이 양심없이 얼음장사하는 투썸이나 대기업 카페 프차보단 이런 진짜 잘하는 곳에 가는 습관을 들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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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팥버터 토스트도 유명합니다. 빙수가 차가운 팥맛의 정수라면 이건 따뜻한 팥맛의 정수였습니다. 코메다 커피의 토스트+팥과 똑같은 구성이지만 맛은 다릅니다

코메다 쪽이 젠자이의 달콤함에 치중됐다면 이건 우리나라 전통 팥죽의 팥맛에 집중됐거든요. 10월 중순 부터는 단팥죽을 개시한다고 하는데, 찬바람 불기 시작할때 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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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날이 넘어가고 화요일, 추석이 밝았습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명절음식은 그냥 넘어갈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추석에 맞게 전통음식을 하기로 합니다

먼저 제가 맡은 서양식 맥적입니다. 고수두고(庫數斗賈)에서 구매한 부채살을 미리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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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 그릴 위에 천천히 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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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다 익으면 빠르게 겉면을 지져서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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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양식 맥적 완성입니다. 아주 잘 익어서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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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깐한 그릴이지만 그래도 스모크링도 얇게 났고 속까지 잘 익었네요. 웰던 같아도 훈연으로 익혔기 때문에 육질은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남은 서양식 맥적은 나중에 서양식 잡채인 수파개희(水波開戱)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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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동태전과 육전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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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도미도 아주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이제 추석 연휴가 12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남은 시간동안 재밌게 연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저는 연휴에 큰 일을 다 했으니 마저 여행기나 쓰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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