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또 시작이네."

김길현은 한숨을 쉬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유독 심한 여까들의 채팅 공격.

'오빠, 오늘 화장 좀 진한 거 아니야? ㅋㅋㅋ'

'오빠, 그 게임 못하는 거 알잖아 ㅋㅋㅋ'

'오빠, 오빠는 역시 리액션이 좀…'

평소 같았으면 그냥 웃어넘겼을 법한 말들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날카롭게 박혔다. 며칠간 이어진 밤샘 방송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하…"

김길현은 마이크를 음소거하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진짜 그만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때였다. 눈앞에 갑자기 번쩍이는 빛이 나타나더니, 정신이 아득해지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김길현은 낯선 공간에 서 있었다. 새하얀 공간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발밑에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여긴 어디야…"

그때, 그의 뒤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느냐, 김길현."

돌아보니, 새하얀 백의를 걸친 은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엄숙한 분위기는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당신은 누구시죠?"

김길현의 질문에 노인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너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너, 네 안의 스트리머 본능이자 너의 궁극의 모습, '만해' 이니라."

노인의 말에 김길현은 어리둥절했다. 만해? 그게 뭔데?

"만해… 라니요?"

"너는 지금까지 너의 힘을 억누르고 있었다. 스트리머로서의 너의 진정한 힘, 시청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그 모든 것을 '만해'를 통해 해방시켜라."

노인의 말이 끝나자, 김길현의 손에 빛나는 검이 나타났다. 검은 마치 그의 일부처럼 손에 착 감겼다.

"이 검은 너의 스트리밍 실력을 증폭시켜줄 것이다. 이제 너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거라, 김길현."

노인의 말과 함께 김길현은 다시 눈을 떴다. 익숙한 방송 세팅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방금 그건 꿈인가?'

순간, 김길현은 손에 쥐어진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바로 꿈에서 본 그 검, 아니, 마우스였다.

'이게 바로 만해…?'

김길현은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더 이상 주눅 들거나 망설이는 기색은 없었다. 오직 스트리머로서의 자신감과 열정만이 넘쳐흘렀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김길현은 마이크를 켰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채팅창은 폭발했다.

'헐 오빠 눈빛 뭐야 ㄷㄷㄷ'

'뭐야 갑자기 분위기 ㄷㄷㄷ'

'와 개멋있어…'

김길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채팅창을 훑어보았다.

"자, 이제 누가 누굴 까는지 한번 제대로 놀아볼까?"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로웠다. 만해를 개방한 스트리머 김길현, 그의 진정한 힘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